Fact와 False

전우

Hopefortomorrow 2012. 7. 29. 18:41

 

戰友

 

텔레비전수상기기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수십가구중에, 아니 수백가구중에 한두집꼴로 텔레비전이 있었던 시절.

물론 그런집은 하루세끼, 아니 하루 한끼를 칼국수나 밀가루 음식, 그것도 없으면 들이나 산에서 캔 쑥을 쪄서 허기를 채우던, 똥구멍찢어지게 가난한 집들과는 판이하게 잘사는 집들이었다.

트렌지스트라디오만 있어도 잘사는 축에 속할정도였지만 텔레비전의 출현은 가히 혁명이었다. 한여름밤 트렌지스트라디오로 당시 인기를 끌었던 문화방송 법정야화를 이불뒤집어쓰고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사람이 나온다는 텔레비전의 등장은 충격 그자체였다.

당시 우리마을에서 잘사는 축에 속한 우리고모집에서 텔레비전을 샀는데 첫날 저녁 마을사람들이 고모집마당에 죄다 모여들어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때 본 프로그램이 국민드라마였던 꽃피는 팔도강산였던것 같다.

그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집은 모郡으로 이사를 갔다.

그사이 몇 년이 흘러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에는 전우라는 전쟁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토요일저녁마다 이프로가 방영이 되었는데 인기가 어땠느냐면 당시 대본소형식의 만화방이 전성기였는데 텔레비전때문에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 물론 전우란 프로그램덕이 꽤 컸다.

토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만화방은 전우를 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돈 몇십원내고 밤까지 기다리곤했다.

물론 방송시간되면 만화방은 콩나물씨루가 되고 거리엔 개미새끼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때 한창 각종 드라마에서 들날리던 스타들도 지금은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아 드라마에서 이빨빠진 역으로 출연한다.

기억에 남아있는 당시 텔레비전 스타들은 한혜숙, 김영란, 고두심, 최불암, 박근형, 민지환등등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미모를 찾아볼수없는 반백의 노인들이 되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최고미모의 소유자는 한혜숙이었다. 어느한군데 나무랄데없는 빼어난 외모와 더불어 늘씬한 키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면 가히 뇌쇠적이었다. 아직 결혼안하고 혼자사는걸로 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녹슬지 않은 미모로 출연해 깜짝놀라기도 했는데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방송 전설의 고향 초대 구미호이기도 하고 대하사극 토지의 초대 서희역을 맡기도했다.

그다음은 김영란이었다. 김영란의 미모도 대단했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대박이었고 김영란은 당대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가 기억이 잘안나는데 옥녀란 드라마는 생각난다. 포털에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귀찮네....

 

전우의 인기비결은 당시 반공산주의가 한몫했다. 공산당하면 이를 갈던 국민들이었기에 공산당을 때려잡는 드라마가 인기있는건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드라마 인기의 중심엔 주인공 나시찬이란 배우가 있다.

당시 이배우의 카리스마는 대단해서 나시찬이 병마로 물러나고 2대 전우 주인공이 주연을 맡자 드라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박정희시대의 몰락과 맞물려 민주화바람이 불면서 드라마가 사라졌다.

작년에 2천년판 전우가 미니시리즈로 방영되었지만 당시의 인기만못했다.

 

칼라화면이 흑백보다도 드라마제작에 수월한지 더 힘든지는 판단이 안되지만 어쨌든 그림의 리얼리티측면에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점은 있다. 반대로 소품같은건 꼼꼼히 챙겨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을것이다. 흑백이면 피를 먹물이나 간장, 그밖의 진한 액체로 써도 되겠지만 칼라면 색은 무조건 빨간걸로 골라야하는 단점같은건 있다.

내용면에서도 당시가 훨씬 나았다. 당시에는 전우란 큰 제목에 단막극으로 끝나곤했고 길어봤자 2부까지가 전부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격렬한 전투씬 다 보여주고 시청자들 눈물샘까지 건드리는 연출력은 대단했다.

최수종이 출연한 2천년판 전우는 모든면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사랑과 전쟁이란 모티브를 설정했지만 정작드라마에서는 사랑도 전쟁도 없는, 제작의도가 실종된 드라마였다.

무엇보다도 디테일한 모든 부분이 엉성했던게 실패의 원인이었고 15회를 넘어가는 기나긴 드라마가 지녀야하는  필수적인 요건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연출력은 최악이었다고 본다.

시대변화도 드라마제작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만 시대변화가 왜 드라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가 안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한건 아닌지...


 

 

'Fact와 Fal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현희 인텹뷰--中  (0) 2012.07.29
김현희 인텨뷰  (0) 2012.07.29
Good Day  (0) 2012.07.29
곰세마리  (0) 2012.07.29
119가 몇번이죠?  (0)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