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와 False

티아라사태 심리학

Hopefortomorrow 2012. 8. 5. 18:50

"김광수, 왜 왕따가 됐나?"…티아라, 집단분노의 심리학

기사입력 : 2012-08-04 00:32

 

[Dispatch=나지연·강내리기자] 아이돌 멤버의 탈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2PM'의 재범이 방출됐고, '원더걸스'의 선미가 하차했다. '애프터스쿨'의 유소영도 그만뒀다. 그렇다고 이들의 탈퇴에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명확한 설명없이 팀을 떠났다.

 

가요 관계자, 그 누구도 화영 탈퇴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티아라, 혹은 김광수 대표가 이런 거센 역풍을 맞을거라 짐작도 못했다. 일부 팬덤의 비난은 예견했지만, 대중의 집단적 반발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티아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중이다. 김광수 대표와 네티즌의 간극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좁혀지지 않는다. 김광수 대표가 입을 열 때 마다, 오히려 네티즌의 의혹은 더 깊어지고 있다. 그 어떤 말도 믿지 못하는 집단적 불신 단계다.

 

티아라 사태에 대한 대중의 반발, 그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풀었다. 다수의 심리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티아라 사태는 '투사'->'이상화'->'인지부조화'->'음모론'->'군중심리' 등 5가지 단계에 의해 증폭됐다.

 

 

① 투사 : 화영의 탈퇴, 주위에서 경험했던 '왕따' 문제? 

 

▶투사(Projection) : 자아방어 메커니즘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 자신의 심리적 경험을 실제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김광수 대표는 이번 사건을 '왕따'가 아닌 '갈등'으로 규정했다. 불협화음의 원인을 '따돌림'이 아닌 '책임감'으로 판단한 것. 화영을 내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 단정했다. 이어 가수의 발목을 잡는 계약기간까지 '공짜'로 풀어주겠다며 인심(?)을 썼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은 달랐다. 티아라 사태의 원인을 '책임감'이 아닌 '따돌림'으로 느꼈다.  멤버와 화영의 트윗이 기폭제였다. 일대 다수의 싸움으로 받아들였고, 대중의 감정은 자연스레 화영에게 '투사'됐다.

 

'왕따'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피해 사례도 많다. 그 만큼 '투사'되기 쉽다. 반대로 김광수 대표가 말하는 '책임감'에는 감정이입이 안된다. 오히려 '얼마나 힘들었으면 무대를 뛰쳐나왔을까'하는 측은지심으로 이어진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왕따는 예민한 문제다. 동시에 내 주변의 이야기"라며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많이 접했던 문제기에 자신의 심리 혹은 자기의 감정을 투영하기 더 쉬웠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② 이상화 : 일방적인 응원, 화영에게 느끼는 친밀감 

 

▶이상화(Idealization) : 감정이 이입된 대상을 사모하고 경외하는 태도.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 믿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논란이 발생하면 '갑론을박'하기 마련이다.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티아라 사태는 다수가 화영의 입장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 김광수 대표의 주장에는 눈과 귀를 닫고 있다.

 

화영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응원, 심리학자들은 그 근거를 '이상화'에서 찾고 있다. 감정이 이입된 사람에게 더 마음이 쏠린다는 것. 이미 대중은 화영을 '왕따'라고 규정지었다. 그 순간, 화영은 피해자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김광수 대표의 해명이 안먹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가 아무리 "왕따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그건 사회적 강자의 입장이다. 갈등의 계기, 왕따의 원인은 중요치 않다. 힘있는 자가 휘두르는 횡포로 보일 뿐이다.

 

우주현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공감을 가진다. 선과 악을 분명히 나누고, 그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른다"면서 "피해자 입장에 서서 가해자를 대하려는 심리가 있다. 화영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다"고 분석했다.  

 

 

③ 인지부조화 : 어긋난 팩트, 사실도 믿지 못한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생기는 불일치.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다를 때, 자기 정당화를 통해 이 불일치를 제거하려 한다.

 

온라인 게시판에 백댄서를 사칭한 글이 올라왔다. 멤버들이 화영을 폭행했다는 글이다. 눈에 안보이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때렸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물론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한 남성팬이 관계자를 사칭해 거짓 정보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정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폭행하지 않았다'가 팩트임에도 불구, '때리기도 했겠지'라고 받아들인다.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부조화라 말한다.

 

객관적 증거를 수렴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신념과 가치가 붕괴된다고 믿는다. 투자한 시간, 쏟아부은 열정들이 무산된다고 여기는 것. 문제는 단편적 조각의 재구성에 있다. 확인된 증거 마저 밖으로 밀어낼 때, 사건에 대한 시선은 삐뚫어질 수 밖에 없다.

 

손석한 박사는 "김정이 이성을 덮는다.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면,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어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럴 경우 단편적인 지식을 모아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경향도 보인다"면서 "고 지적했다.  

 

 

④ 음모론 : 사과와 화해, 이 모든 게 음모다

 

▶ 음모론(Conspiracy theory) : 사건을 주관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 생긴다.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 조직이나 비밀스러운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화영은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언니 효영과 함께 김광수 대표를 찾아갔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거꾸로 판단하고 있다. 효영이 김광수 대표를 먼저 만났고, 강압에 못이겨 트위터에 '억지사과'를 올렸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2가지다. 우선 화영의 언니인 효영(파이브돌스)이 소속사에 '볼모'로 잡혀있다는 것. 언니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는 논리다. 트위터 앞 글자를 따서 '팬.만.안.다'는 암호도 내놓았다. 팬들이 말하는 게 진실이라는 해석이다. 

 

티아라 사태는 단순히 진실을 파악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인과관계를 뒤집어 의혹을 재생산하는 습성도 보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음모론'이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추측 만들고, 이를 또 다른 추측으로 증명하는 현상이다.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 연구원은 "대중은 김광수를 강자로 생각한다. 약자인 화영을 거대 기획사가 내쳤다고 느낀다"면서 "상식으로 설명이 안될 경우 음모를 찾으려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나 가정과 비약은 경계해야한다"고 말했다.

 

 

 

 

⑤ 군중심리 : 티진요, 34만명을 움직인 심리적 요인?

 

▶군중심리(Crowd mind) : 개인이 다수의 결정에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 집단에 속한 사람이, 소수의 생각은 무시한 채 다수의 의견에만 귀기울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네티즌들은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원수 30만 명을 모은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가 그렇다. '티진요' 회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하루 1만 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군중심리'다. 이런 군중심리 속에서 소수의 의견은 '왕따'가 된다. 예를 들어, '여성시대' 게시판에 올라온 화영과 멤버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지나친다. 대신 억지로 떡을 먹이거나, 눈을 찌르는 장면만 확대 재생산된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타진요 사태 또한 군중심리였다. 타블로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와도 믿지 않았다"면서 "이런 군중심리가 한쪽으로 쏠릴 경우, 상대방은 또 다른 왕따가 된다. 그의 주장은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묵살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아라 사태, 실체없는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김광수 대표의 해명은 필요악이다. 이미 불신의 단계로 접어섰기 때문이다. 네티즌의 묻지마 비난도 도움이 안된다. 인지와 판단의 조화가 필요하다. 결국, 일방통행은 서로의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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