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4일 대선을 앞둔 작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시사 잡지 기자 주진우씨와 '나꼼수' 방송 진행자 김어준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와 김씨는 잡지와 방송을 통해 "박지만씨가 5촌 조카를 시켜 매형 신동욱씨를 납치·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검찰은 주씨와 김씨를 허위 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주씨·김씨가 허위 보도를 했지만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결로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박지만씨가 신동욱씨를 납치 살해하려 했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신동욱씨였다. 그러자 박씨는 신씨를 고소했고 2012년 1·2·3심은 모두 신씨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주씨·김씨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의도적으로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퍼뜨렸다"며 주씨에게 징역 3년, 김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그 순간 방청석의 주씨·김씨 지지자 150여명이 야유를 보냈다. 잠시 뒤 주씨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많은 사건을 취재했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로 무서웠고 숱하게 협박도 받았다"고 감성적으로 하소연하자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다. 배심원들이 이런 법정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인을 참여시켜 재판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2008년 도입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배심원들의 감정과 선입견·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쳐 '감성(感性) 재판'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는 허점을 안고 출발했다. 이번 재판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그런 약점이 부각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의 운영 방식을 고쳐 배심원들의 감정이나 정치 성향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배심원들의 유·무죄 결정 기준도 지금처럼 단순 다수결로 하지 말고 3분의 2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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