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은 무슨 손해를 봤나"
문재인 대통령이 5월 7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60만원을 포기했을 때, 청와대는 “기부는 돈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 아들은 코로나로
어려운 예술인에게 주는 서울시의 코로나 피해 지원금을 신청해 11월 30일 1400만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12월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나왔다. 인류의 첫 백신 접종이 영국에서
이루어진 지 닷새 만이다.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이라고 했다. 백신
대책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곤 국민, 방역진, 의료진을 지칭하며 “우리가 진정 방역 모범국이라면
이제야말로 그 사실을 증명할 때”라고 했다.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각국 정상에게 국제전화를
돌리며 K방역을 자랑했다. 전방위 사생활 침해와 집단주의로 쌓은 방역 둑이 무너지자 국민에게
모범국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한국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2위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진부하지 않았다면 이 사자성어가 1위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 기부엔 국민 1.9%만 동참했다. 따라 하지 않으면 찍힐 우려가 있는 관공서나 대기업
임원이 상당수였다. 이번엔 국민 99.9%가 모범국의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올해 초 코로나와 싸운 대구동산병원 의료진. 한국의 코로나 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이들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 결과다. 현 정권은 K-방역 홍보로 방역의 성과를
독차지했을 뿐 정부가 반드시 했어야 할 백신 확보 등의 노력은 게을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을지로 골목집에서 생맥주 한 잔을 더 달라고 하자 “9시가 넘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한 달
이용료 3만원짜리 신문로 헬스장에선 ‘갑자기 문을 닫아 안타깝다. 문 닫는 기간만큼 회원권 기간을
연장해 드리겠다’는 문자가 왔다. 대통령은 당당한데 왜 그들이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해야 할까. 도심의 한
식당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집으로 공개된 뒤 상호를 바꾸고 이사했다. 인터넷에 영원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청정 청와대에서 세끼를 해결하는 대통령은 현장을 모를 것이다. 밤 9시면 식당과 술집은 일제히 문을
닫는다. 그들의 피해는 심야 매출을 포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임대료 등 매몰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술을 더 달라고 버티는 손님을 본 적도 없다. 통금 시간이 되면 갈 길을 가는 사람들로 지하철과
버스가 붐빈다. 밤 10시면 서울은 유령 도시다.
예전엔 독일과 일본 국민을 칭찬했다. “이런 국민이면
정치하기 편하겠다”고. 이제 한국인만 한 국민이 없다. 대통령을 존경해서도, 멍청해서도 아니다. 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면 죽기 싫어서 따르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이 공포를
부르고, 공포가 국민의 순종을 부른다.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 문명의 반격이 시작됐을 때, 비로소 국민은 K방역의 원시적 실체를 알았다.
문 정권은 선의(善意)를 보여준 국민을 악의로 대했다. 정부는 올해 4차례 추경으로 67조원을 썼다.
이 금액은 기업이 작년에 낸 법인세(72조원)와 비슷하다. 기업은 일거리가 줄어도 직원을 내몰지
않았다. 기업이 실업 부담을 대신하는 나라는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뿐이다. 이 정부들은 정성을 다해
기업을 보호한다. 대신 문 정권은 규제 3법을 선물로 안겼다. 대통령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고 했다. 우물 안 규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올해 한국 국민이 내는 종합부동산세는 4조원이다. 작년보다 27.5% 늘었다. 지급 예정인 3차
재난지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아니면 화이자 백신 1억 명분을 살 수 있다. 부동산 실정(失政)이 집값을
올렸고 집값이 세금을 올렸다. 최악의 실패자가 최장수 장관을 해 먹고, 정실 인사의 끝판왕이 후임
자리를 꿰찼다. 조선 말기에 비유하면 삼정(三政)의 문란 중 전정(田政)의 문란에 해당한다. 여권은 일부
납세자를 향해 “도둑들”이라고 한다. 실정의 책임을 떠안고, K방역을 지탱하고, 욕까지 먹으면서도
이들이 조세 저항을 일으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국가가 위기에 몰리면 국민은 손해를 감수한다. 세상이 특정 전문가의 손해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의사들은 기꺼이 했다. 그러면 존중이라도 해 줘라. 공공 의료를 내세워 사기를 꺾더니 이제 의사 고시로
마지막 자존심까지 흥정한다.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죽어나가고, 안방의 제사 참석 인원까지
규제하면서도 윤석열 한 사람을 내몰기 위한 정신병적 집착을 멈추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권에 묻는다. 당신들은 어떤 손해를 감수했나. 그제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실패한
참모와 관료를 혼냈다고 한다. 대통령 아들이 14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날이다. 애먼
사람이 당했다. 장기간 가게 문을 닫고도 겨우 200만원을 받은 소상공인은 대통령 부자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60만원을 기부하고 생색을 냈는데 아들이 1400만원을 챙겼다면, 나는 정말 내 아들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2020년 12월 23일
조선일보 선우정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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